산풍고
山風蠱오래 쌓인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앞뒤를 살펴 차근차근 바로잡아 새롭게 하는 일
- 바로잡음
- 묵은 문제
- 계승과 쇄신
- 신중한 준비
- 새 출발
괘의 구성과 이름
산풍고: 위 간괘의 산(山) + 아래 손괘의 바람(風) + 고
64괘의 정식 이름은 위 괘의 자연 + 아래 괘의 자연 + 괘 이름으로 지어요. 8괘의 자연 상징을 훈음(예: 하늘 천 天)으로 읽고, 그 음을 이름에 넣습니다. 위아래가 같은 괘면 ‘거듭 중(重)’을 붙여요.
괘사卦辭 · 괘 전체에 붙은 말
蠱:元亨,利涉大川。先甲三日,後甲三日。
독음고 원형 이섭대천 선갑삼일 후갑삼일
번역고는 크게 형통하니 큰 내를 건넘이 이롭다. 갑일보다 사흘 앞서 살피고, 갑일보다 사흘 뒤에 살핀다.
대상전大象傳 · 괘의 모습에서 배우기
山下有風,蠱;君子以振民育德。
독음산하유풍 고 군자이진민육덕
번역산 아래에 바람이 있는 것이 고괘이다. 군자는 이를 본받아 백성을 일깨워 북돋우고 덕을 기른다.
위는 산(간), 아래는 바람(손)입니다. 바람이 산에 가로막혀 빠져나가지 못하고 아래에서 맴도는 장면입니다. 공기가 고이면 탁해지듯 흐름이 막힌 곳에는 문제가 쌓입니다. 그러나 산 아래 바람은 숲을 흔들어 묵은 잎을 털어 내기도 합니다. 군자가 사람들을 북돋우고 덕을 기르듯, 막힌 흐름을 다시 움직여 새 기운을 불어넣으라는 뜻입니다.
쉬운 풀이
고(蠱)는 그릇(皿) 위에 벌레(虫)가 들끓는 모양의 글자로, 오래 내버려 두어 썩고 어지러워진 상태를 뜻합니다. 서괘전은 이를 ‘일(事)’이라고 풀었습니다. 문제가 생긴 상태이면서 동시에 해야 할 일이 생겼다는 뜻입니다. 괘의 모양을 보면 위의 산은 멈춰 있고 아래의 바람은 순하게 따르기만 해서, 아무도 나서지 않는 사이 일이 망가진 모습입니다. 그런데 괘사는 뜻밖에 ‘크게 형통하다’고 말합니다. 망가진 것은 고칠 수 있고, 바로잡는 과정에서 새 출발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큰 내를 건넌다’는 것은 어려움을 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뛰어들라는 말입니다. ‘갑일 사흘 전, 사흘 뒤’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원인을 깊이 살피고, 시작한 뒤에도 결과를 꼼꼼히 돌아보라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효사에는 ‘아버지의 일’과 ‘어머니의 일’이 나오는데, 앞 세대가 남긴 문제를 다음 세대가 이어받아 고치는 이야기로 읽을 수 있습니다. 남을 탓하기보다 책임 있게 고쳐 나가는 태도가 이 괘의 핵심입니다.
일상에 비추어 보기
- 오래 미뤄 온 집안일이나 업무상의 문제를 하나 골라, 원인을 적어 보고 고칠 순서를 정합니다.
- 전임자가 남긴 일을 이어받았다면 탓하기보다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꿀지 나누어 정리합니다.
- 변화를 시작하기 전후로 준비 기간과 점검 기간을 넉넉히 두어, 고친 것이 다시 무너지지 않게 합니다.
오늘의 질문
내가 알면서도 외면해 온 오래된 문제는 무엇인가요?
여섯 효아래(초효)에서 위(상효)로
초육初六
아래에서 첫 번째 효
幹父之蠱,有子,考无咎,厲終吉。
간부지고 유자 고무구 려종길
아버지의 일을 바로잡으니, 이런 아들이 있으면 돌아가신 아버지도 허물이 없다. 위태롭게 여기면 마침내 길하다.
초육은 맨 아래 음효로, 문제가 아직 깊지 않은 처음 단계입니다. ‘아버지의 일을 바로잡는다’는 것은 앞 세대가 남긴 잘못이나 미완의 일을 이어받아 고친다는 뜻입니다. 고쳐 줄 자식이 있으면 앞사람도 허물을 면한다고 합니다. 다만 힘이 약한 자리이므로 조심스럽고 위태롭게 여기는 마음을 놓지 않아야 끝내 좋게 마무리됩니다. 문제는 초기에 바로잡을수록 수월하다는 점도 담겨 있습니다.
- 지금 살펴볼 태도
- 문제가 작을 때 손을 대되, 가볍게 여기지 않고 조심스럽게 다룹니다.
- 스스로에게 묻기
- 물려받은 문제를 탓하기보다 고쳐 나갈 첫걸음을 정했나요?
구이九二
아래에서 두 번째 효
幹母之蠱,不可貞。
간모지고 불가정
어머니의 일을 바로잡으니, 곧게만 고집할 수는 없다.
구이는 굳센 양효가 아래 괘 가운데에 있고, 위의 부드러운 육오와 응합니다. 어머니의 일을 바로잡는다는 것은 부드럽고 정이 깊은 관계 속의 문제를 다룬다는 뜻입니다. 이런 일은 옳고 그름만 따져 곧장 밀어붙이면 상처가 생깁니다. ‘곧게만 할 수 없다’는 말은 원칙을 버리라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며 부드럽게 이끌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가운데 자리답게 지나치지 않는 균형이 필요합니다.
- 지금 살펴볼 태도
- 가까운 사람의 문제를 다룰 때는 옳은 말보다 그 말을 전하는 방식을 먼저 고민합니다.
- 스스로에게 묻기
- 옳다는 이유만으로 상대의 마음을 살피지 않고 밀어붙이고 있지는 않나요?
구삼九三
아래에서 세 번째 효
幹父之蠱,小有悔,无大咎。
간부지고 소유회 무대구
아버지의 일을 바로잡으니 조금 뉘우침이 있으나 큰 허물은 없다.
구삼은 양의 자리에 양효가 있고 아래 괘의 맨 위라서 힘이 넘치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바로잡는 일을 지나치게 강하게 밀어붙여 마찰이 생기고 작은 후회가 남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고치려 했다는 점에서 큰 허물은 없다고 합니다. 너무 세게 하는 것은 아쉬움을 남기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는 뜻입니다. 강한 추진력과 알맞은 절제를 함께 생각하게 합니다.
- 지금 살펴볼 태도
- 고치려는 열정이 앞설 때 속도를 조금 늦추고 주변의 반응을 살핍니다.
- 스스로에게 묻기
- 바로잡는 과정에서 내 방식이 지나치게 거칠지는 않았나요?
육사六四
아래에서 네 번째 효
裕父之蠱,往見吝。
유부지고 왕견린
아버지의 일을 느슨하게 놓아두니, 그대로 나아가면 부끄러움을 보게 된다.
육사는 음의 자리에 음효가 있어 지나치게 부드럽고, 아래에서 도와줄 짝도 없습니다. ‘너그럽게 놓아둔다’는 것은 문제를 알고도 느슨하게 넘어가는 태도입니다. 당장은 갈등이 없어 편하지만, 그대로 가면 문제가 더 커져 부끄러운 결과를 보게 됩니다. 구삼이 너무 세서 아쉬웠다면 육사는 너무 약해서 아쉬운 경우입니다. 관대함과 방치는 다르다는 점을 일깨워 줍니다.
- 지금 살펴볼 태도
- 불편함을 피하려고 넘기고 있는 일이 있다면, 작게라도 지금 다루기 시작합니다.
- 스스로에게 묻기
- 너그러움이라는 이름으로 미루고 있는 문제가 있나요?
육오六五
아래에서 다섯 번째 효
幹父之蠱,用譽。
간부지고 용예
아버지의 일을 바로잡으니 명예를 얻는다.
육오는 위 괘의 가운데,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부드러운 음효입니다. 스스로 힘이 세지는 않지만 아래의 굳센 구이와 응해, 유능한 사람의 도움을 받아 일을 바로잡습니다. 그래서 칭찬과 명예가 따릅니다. ‘용예(用譽)’는 덕으로 일을 이루어 좋은 평판을 얻는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혼자 다 하려 하지 않고 믿을 만한 사람에게 맡기며 중심을 지키는 것이 책임자의 바로잡는 방식임을 보여 줍니다.
- 지금 살펴볼 태도
- 혼자 해결하려 애쓰기보다 믿을 만한 사람의 힘을 빌리고, 결과의 공을 함께 나눕니다.
- 스스로에게 묻기
- 문제를 고칠 때 도움을 청할 사람을 떠올려 보았나요?
상구上九
아래에서 여섯 번째 효
不事王侯,高尙其事。
불사왕후 고상기사
왕과 제후를 섬기지 않고 자기의 일을 높이 숭상한다.
상구는 맨 위에 있는 양효로, 바로잡는 일이 끝나고 그 바깥에 선 자리입니다. 다른 효들이 집안의 일을 고쳤다면 상구는 세속의 자리와 권력에서 한발 물러나 자기 뜻을 고결하게 지킵니다. 이것은 세상을 등지는 무책임이라기보다, 모두가 같은 길을 갈 필요는 없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물러난 자리에서 바른 기준을 지키는 것도 공동체를 맑게 하는 한 방법이 됩니다.
- 지금 살펴볼 태도
- 모든 자리에 끼어들기보다 내가 지켜야 할 뜻과 맡을 일을 분명히 합니다.
- 스스로에게 묻기
- 남들이 원하는 자리 대신 내가 지키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앞뒤 괘와 이어 읽기
以喜隨人者必有事,故受之以蠱。蠱者,事也。
기쁨으로 남을 따르는 데에는 반드시 일이 생기므로 고괘로 이어받았다. 고는 일이다.
앞의 수괘(17)에서 기분 좋게 따르기만 하다 보면 점검하지 않은 문제가 쌓입니다. 고괘는 그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고치는 단계입니다. 바로잡고 나면 일이 다시 커질 힘이 생기니, 다음 림괘(19)는 다가가 돌보며 키워 가는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이야기로 이어 읽기
『대학』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길잡이로 삼은 이 앱의 편집 관점입니다.
해석과 판본의 차이
‘先甲三日,後甲三日’은 갑일 앞뒤의 사흘(신일·정일)로 보아 일의 시작 전 준비와 시작 후 점검을 뜻한다는 풀이가 많지만, 명령을 내리는 시기나 날짜 선택으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초육의 ‘考’를 돌아가신 아버지로 보는 해석과 아버지 일반으로 보는 해석이 갈립니다.
출처와 검토 상태
- 『주역』 경문(괘사·효사) — 통행본(왕필본·『주역전의』 계열) 원문. 저작권 보호 기간이 지난 공유 저작물입니다.
- 『주역』 상전(대상전) — 각 괘의 ‘象曰’ 구절 가운데 괘 전체의 상을 풀이한 대상(大象). 공유 저작물입니다.
- 『주역』 서괘전 — 64괘가 이어지는 차례를 설명한 역전(易傳). 공유 저작물입니다.
- 주역의 원 편집부 번역·풀이 — 한국어 독음·번역·쉬운 풀이·질문·이야기 연결은 이 앱을 위해 새로 작성한 글입니다. 생성 도구의 도움을 받은 초안이며, 공개 출시 전에 원문 대조와 한국어 교열을 거쳐야 합니다.
검토 전 초안입니다. 원문 대조와 한국어 교열을 거쳐 다듬어질 예정이에요. 콘텐츠 버전 2026.11.07-draft.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