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번 · 박괘

산지박

山地剝

무너져 내리는 때에 섣불리 나서지 않고, 아래를 두텁게 하며 남은 씨앗을 지키는 지혜

  • 깎임
  • 쇠퇴
  • 멈춤
  • 기초 다지기
  • 남은 씨앗
원판에서 보기

괘의 구성과 이름

산지박: 위 간괘의 산(山) + 아래 곤괘의 땅(地) + 박

64괘의 정식 이름은 위 괘의 자연 + 아래 괘의 자연 + 괘 이름으로 지어요. 8괘의 자연 상징을 훈음(예: 하늘 천 天)으로 읽고, 그 음을 이름에 넣습니다. 위아래가 같은 괘면 ‘거듭 중(重)’을 붙여요.

괘사卦辭 · 괘 전체에 붙은 말

원문

剝:不利有攸往。

독음

박 불리유유왕

번역

박은 가는 바를 둠이 이롭지 않다.

대상전大象傳 · 괘의 모습에서 배우기

원문

山附於地,剝;上以厚下安宅。

독음

산부어지 박 상이후하안택

번역

산이 땅에 붙어 있는 것이 박괘이다. 윗사람은 이를 본받아 아래를 두텁게 하여 머무는 곳을 편안하게 한다.

위는 산(간), 아래는 땅(곤)입니다. 높이 솟아 있어야 할 산이 깎이고 무너져 땅에 납작하게 붙은 장면입니다. 산이 높이 서 있으려면 그 아래 땅이 두터워야 합니다. 그래서 위에 있는 사람은 아래를 넉넉하고 튼튼하게 하여 자기 터전을 편안히 합니다. 무너지는 때일수록 기초를 다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쉬운 풀이

박(剝)은 ‘깎다’, ‘벗겨 내다’라는 뜻입니다. 괘의 모양을 보면 아래에서부터 음효 다섯이 차올라 맨 위에 양효 하나만 겨우 남아 있습니다. 양의 기운이 아래에서부터 하나씩 깎여 나가 거의 다 사라진 모습입니다. 계절로는 잎이 다 떨어진 늦가을, 일로 치면 좋은 흐름이 꺾이고 바른 사람이 밀려나는 때입니다. 괘사는 짧게 ‘가는 바를 둠이 이롭지 않다’고만 말합니다. 형세가 불리할 때 억지로 맞서거나 무리하게 일을 벌이면 더 크게 다칠 수 있으니, 때를 알고 멈추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포기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대상전은 이런 때일수록 아래를 두텁게 하여 기초를 다지라고 합니다. 그리고 맨 위의 상구 효는 ‘큰 열매는 먹히지 않는다’고 하여, 모든 것이 깎여 나가도 씨앗 하나는 남는다는 희망을 보여 줍니다. 다음 괘인 복괘에서 양이 다시 돌아오는 것도 이 씨앗 덕분입니다. 박괘는 쇠퇴를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되, 지켜야 할 핵심을 끝까지 품고 기다리는 지혜를 가르칩니다.

일상에 비추어 보기

  • 일이 연달아 꼬이는 시기에는 새 일을 크게 벌이기보다 건강, 관계, 기본 업무 같은 바탕을 먼저 챙깁니다.
  • 조직이 어려울 때 위에서부터 고통을 나누고, 가장 약한 자리의 사람들을 먼저 살핍니다.
  • 모든 것을 잃은 것처럼 느껴질 때, 그래도 남아 있는 가장 소중한 것 한 가지를 적어 봅니다.

오늘의 질문

어려운 시기에도 끝까지 지키고 싶은 나의 씨앗은 무엇인가요?

여섯 효아래(초효)에서 위(상효)로

초육初六

아래에서 첫 번째 효

剝牀以足,蔑貞凶。

박상이족 멸정흉

평상을 깎되 다리부터 하니, 바름을 없애어 흉하다.

초육은 맨 아래 음효로, 깎임이 처음 시작되는 자리입니다. 사람이 편히 쉬는 평상을 다리부터 깎아 낸다는 것은 무너짐이 가장 밑바닥 기초에서 시작된다는 뜻입니다. 겉으로는 아직 멀쩡해 보이지만 바름을 지탱하던 바탕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흉’은 이 작은 흔들림을 무시하면 결국 큰 무너짐으로 이어진다는 경고입니다. 문제는 늘 눈에 잘 띄지 않는 아래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일깨웁니다.

지금 살펴볼 태도
겉으로 괜찮아 보여도 기초가 흔들리는 작은 신호를 놓치지 않고 살핍니다.
스스로에게 묻기
내 삶의 바탕에서 조용히 깎여 나가고 있는 것은 없나요?

육이六二

아래에서 두 번째 효

剝牀以辨,蔑貞凶。

박상이변 멸정흉

평상을 깎되 다리와 몸판이 만나는 곳까지 하니, 바름을 없애어 흉하다.

육이는 깎임이 한 단계 더 올라온 자리입니다. ‘변(辨)’은 평상의 다리와 몸판이 만나는 부분으로, 이제 무너짐이 기초를 넘어 몸체에 가까워졌습니다. 육이는 가운데 자리에 있지만 위로 응해 줄 짝이 없어 혼자 버티기 어렵습니다. 바름을 지키는 힘이 점점 줄어드니 흉하다고 합니다. 기댈 곳이 없을수록 더 무너지기 전에 상황을 냉정하게 인정하라는 뜻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지금 살펴볼 태도
혼자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그 사실을 인정하고 도움을 구할 방법을 찾습니다.
스스로에게 묻기
무너짐이 가까워지는 것을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지는 않나요?

육삼六三

아래에서 세 번째 효

剝之,无咎。

박지 무구

깎는 때에 있으나 허물이 없다.

육삼은 다섯 음효 가운데 유일하게 맨 위의 상구와 응하는 효입니다. 깎아 내는 무리 속에 있지만 마음은 바른 사람 쪽을 향하고 있습니다. 주변이 모두 한 방향으로 휩쓸릴 때 홀로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무리와 다르게 서는 그 선택 때문에 허물이 없다고 합니다. 속한 집단의 흐름이 잘못되었을 때 한 사람이 어떤 태도를 지킬 수 있는지 보여 줍니다.

지금 살펴볼 태도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휩쓸릴 때에도 바른 쪽에 마음을 두는 선택을 합니다.
스스로에게 묻기
주변의 흐름이 잘못되었다고 느낄 때, 나는 어디에 마음을 두고 있나요?

육사六四

아래에서 네 번째 효

剝牀以膚,凶。

박상이부 흉

평상을 깎아 살갗에 이르니 흉하다.

육사는 위 괘로 올라선 자리로, 깎임이 평상을 지나 그 위에 누운 사람의 살갗에까지 닿았습니다. 이제는 물건이 아니라 몸이 직접 다치는 단계입니다. 앞의 효들에는 ‘바름을 없앤다’는 말이 있었지만, 여기서는 곧바로 ‘흉’이라고만 합니다. 위험이 이미 눈앞에 와 있다는 뜻입니다. 피해가 자신에게 직접 닿을 때까지 미루지 말고 일찍 대비했어야 한다는 교훈을 남깁니다.

지금 살펴볼 태도
위험이 내 몸과 생활에 직접 닿았다면 체면보다 회복과 안전을 먼저 챙깁니다.
스스로에게 묻기
이미 나에게 닿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육오六五

아래에서 다섯 번째 효

貫魚,以宮人寵,无不利。

관어 이궁인총 무불리

물고기를 꿰듯 하여 궁인들로 총애를 받게 하니 이롭지 않음이 없다.

육오는 다섯 음효를 이끄는 맨 앞자리에 있습니다. 물고기를 한 줄에 꿰듯 음효들을 차례대로 이끌고, 왕비가 궁인들을 거느려 임금의 총애를 받게 하듯 위의 상구를 받듭니다. 깎아 내던 힘이 방향을 바꾸어 바른 사람을 따르고 섬기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롭지 않음이 없다고 합니다. 옛 궁중의 비유이지만, 쇠퇴 속에서도 이끄는 사람이 방향을 바꾸면 질서가 회복될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지금 살펴볼 태도
흐름을 이끄는 자리에 있다면 무리를 바른 쪽으로 질서 있게 돌려세웁니다.
스스로에게 묻기
내가 이끄는 사람들을 어느 방향으로 이끌고 있나요?

상구上九

아래에서 여섯 번째 효

碩果不食,君子得輿,小人剝廬。

석과불식 군자득여 소인박려

큰 열매는 먹히지 않으니, 군자는 수레를 얻고 소인은 오두막을 깎는다.

상구는 다섯 음효 위에 홀로 남은 양효로, 가지 끝에 매달린 마지막 큰 열매와 같습니다. 이 열매는 먹히지 않고 남아 다시 싹을 틔울 씨앗이 됩니다. 군자가 이 자리에 있으면 사람들이 그를 수레처럼 떠받들어 다시 일어설 힘을 얻습니다. 그러나 소인이 끝까지 깎아 내면 자신이 머물 오두막마저 무너뜨립니다. 같은 끝자리에서도 무엇을 지키느냐에 따라 새 출발과 몰락이 갈린다는 뜻입니다.

지금 살펴볼 태도
모든 것이 줄어드는 때에도 다음을 위한 씨앗을 함부로 써 버리지 않습니다.
스스로에게 묻기
다음을 위해 아껴 두어야 할 나의 마지막 씨앗은 무엇인가요?

앞뒤 괘와 이어 읽기

서괘전 序卦傳

致飾然後亨則盡矣,故受之以剝。剝者,剝也。

꾸밈을 지극히 한 뒤에 형통하면 다하게 되므로 박괘로 이어받았다. 박은 깎임이다.

현대적 연결 · 편집 해석

앞의 비괘(22)에서 꾸밈이 지나쳐 바탕을 잃으면 겉은 화려해도 속은 비어 갑니다. 박괘는 그렇게 쌓인 허점이 드러나 하나씩 깎여 나가는 단계입니다. 그러나 다 깎여도 씨앗은 남으니, 다음 복괘(24)에서는 양의 기운이 아래에서 다시 돌아옵니다.

이야기로 이어 읽기

『대학』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길잡이로 삼은 이 앱의 편집 관점입니다.

해석과 판본의 차이

육삼 원문은 판본에 따라 ‘剝之,无咎’ 또는 ‘剝,无咎’로 전합니다. 육이의 ‘辨’은 평상의 다리와 몸판이 만나는 부분으로 보는 풀이가 일반적이나 정확한 부위에는 이견이 있습니다. ‘蔑貞凶’은 ‘바름을 없애니 흉하다’와 ‘곧음을 업신여기니 흉하다’ 등으로 읽힙니다.

출처와 검토 상태

  • 『주역』 경문(괘사·효사) — 통행본(왕필본·『주역전의』 계열) 원문. 저작권 보호 기간이 지난 공유 저작물입니다.
  • 『주역』 상전(대상전) — 각 괘의 ‘象曰’ 구절 가운데 괘 전체의 상을 풀이한 대상(大象). 공유 저작물입니다.
  • 『주역』 서괘전 — 64괘가 이어지는 차례를 설명한 역전(易傳). 공유 저작물입니다.
  • 주역의 원 편집부 번역·풀이 — 한국어 독음·번역·쉬운 풀이·질문·이야기 연결은 이 앱을 위해 새로 작성한 글입니다. 생성 도구의 도움을 받은 초안이며, 공개 출시 전에 원문 대조와 한국어 교열을 거쳐야 합니다.

검토 전 초안입니다. 원문 대조와 한국어 교열을 거쳐 다듬어질 예정이에요. 콘텐츠 버전 2026.11.07-draft.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