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번 · 귀매괘

뇌택귀매

雷澤歸妹

감정이 앞선 관계의 위험을 비추며, 끝까지 오래갈 관계의 바탕을 묻는 괘입니다.

  • 혼인
  • 관계의 시작
  • 제자리
  • 끝을 내다봄
  • 겸손
원판에서 보기

괘의 구성과 이름

뇌택귀매: 위 진괘의 우레(雷) + 아래 태괘의 못(澤) + 귀매

64괘의 정식 이름은 위 괘의 자연 + 아래 괘의 자연 + 괘 이름으로 지어요. 8괘의 자연 상징을 훈음(예: 하늘 천 天)으로 읽고, 그 음을 이름에 넣습니다. 위아래가 같은 괘면 ‘거듭 중(重)’을 붙여요.

괘사卦辭 · 괘 전체에 붙은 말

원문

歸妹:征凶,无攸利。

독음

귀매 정흉 무유리

번역

귀매는 나아가면 흉하니, 이로운 바가 없다.

대상전大象傳 · 괘의 모습에서 배우기

원문

澤上有雷,歸妹;君子以永終知敝。

독음

택상유뢰 귀매 군자이영종지폐

번역

못 위에 우레가 있는 것이 귀매다. 군자는 이를 본받아 끝을 길게 내다보며 해어짐을 안다.

아래는 못(태), 위는 우레(진)입니다. 우레가 울리면 못물이 따라 출렁이듯, 젊은 여성(태)이 기쁨에 이끌려 나이 든 남성(진)을 따르는 장면으로 봅니다. 감정에 이끌린 움직임은 처음엔 즐겁지만 오래가기 어렵습니다. 군자가 끝을 길게 내다보며 해어질 곳을 미리 안다는 것은, 관계를 시작할 때 그 끝과 약해질 지점까지 헤아리라는 뜻입니다.

쉬운 풀이

귀매(歸妹)는 ‘누이를 시집보낸다’는 뜻입니다. 옛날 귀족의 혼인에서는 언니가 정식 부인이 되고 동생이 함께 따라가 낮은 지위의 부인이 되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이 괘는 그런 혼인을 배경으로, 바른 순서와 제자리를 지키지 않는 관계의 어려움을 말합니다. 괘사가 ‘나아가면 흉하다’고 단호히 말하는 것은 혼인 자체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기쁨에 이끌려 먼저 움직이는 관계는 위태롭다는 경고입니다. 가운데 네 효의 음양이 모두 제자리가 아닌 것도 이를 보여 줍니다. 그러나 효사를 보면 낮은 자리에서도 겸손하게 제 몫을 다하거나 때를 기다리며 자신을 지키는 사람은 좋은 결과를 얻습니다. 오늘날 이 괘는 혼인뿐 아니라 사람과 일, 조직 사이에 맺는 여러 관계에 비추어 읽을 수 있습니다. 시작의 설렘보다 오래 함께할 바탕을 먼저 살피라고 권합니다. 옛 혼인 제도와 남녀의 위계가 담긴 표현은 그 시대의 맥락으로 이해하고, 관계의 지혜만 오늘에 옮겨 읽는 것이 좋습니다.

일상에 비추어 보기

  • 새로운 제안이나 관계가 설렐 때, 몇 년 뒤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어디가 약해질 수 있을지 한 번 적어 보세요.
  • 원하는 자리가 아니더라도 맡은 역할을 성실히 해내면, 그 태도가 시간이 지나 신뢰로 돌아옵니다.

오늘의 질문

지금 시작하려는 관계나 약속에서 끝까지 지킬 수 있는 바탕은 무엇인가요?

여섯 효아래(초효)에서 위(상효)로

초구初九

아래에서 첫 번째 효

歸妹以娣,跛能履,征吉。

귀매이제 파능리 정길

누이를 시집보내되 동생으로 딸려 보낸다. 다리를 저는 이가 능히 걷는 격이니, 나아가면 길하다.

맨 아래 양효로, 정식 부인이 아니라 따라가는 동생의 자리에 있습니다. 낮은 자리라 마음껏 활동할 수는 없어, 다리를 저는 사람이 걷는 것처럼 제한이 있습니다. 그러나 양효다운 굳셈과 성실함이 있어 자기 몫을 해냅니다. 높은 자리를 탐내지 않고 주어진 역할 안에서 정성을 다하면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열립니다. 한계 속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지혜입니다.

지금 살펴볼 태도
주어진 역할이 작아 보여도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성실히 찾아 해내세요.
스스로에게 묻기
제한이 있는 자리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구이九二

아래에서 두 번째 효

眇能視,利幽人之貞。

묘능시 이유인지정

애꾸눈이 능히 보는 격이니, 그윽이 숨어 지내는 이의 곧음이 이롭다.

아래 괘 가운데의 양효로, 굳세고 치우치지 않는 덕을 지녔습니다. 그런데 짝이 되는 육오가 약하여 제 뜻을 다 펼치지 못합니다. 한쪽 눈으로 보는 것처럼 시야와 활동이 좁아진 상황입니다. 이럴 때는 드러나지 않는 곳에 머무는 사람처럼 조용히 자기 바름을 지키는 것이 이롭습니다. 상대가 내 기대에 미치지 못해도 원망하지 않고 스스로의 중심을 지키는 태도입니다.

지금 살펴볼 태도
상대가 기대만큼 해 주지 못할 때도 원망보다 내 자리에서의 바름을 지켜 보세요.
스스로에게 묻기
기대에 못 미치는 관계 속에서도 내가 지킬 수 있는 바른 태도는 무엇인가요?

육삼六三

아래에서 세 번째 효

歸妹以須,反歸以娣。

귀매이수 반귀이제

누이를 시집보내려 하나 기다려야 하니, 돌아와 동생의 자리로 시집간다.

아래 괘 맨 위의 음효로, 양의 자리에 음이 있어 자리가 맞지 않고 기쁨을 뜻하는 태괘의 끝에 있습니다. 높은 자리를 원하지만 그에 맞는 덕과 준비가 부족해 받아들여지지 않고 기다려야 합니다. 결국 원래 바라던 자리보다 낮은 자리로 돌아가게 됩니다. 욕심이 앞서 제 분수를 넘으려 하면 오히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자신에게 맞는 자리를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금 살펴볼 태도
원하는 자리를 얻지 못했다면 아쉬움을 인정하고, 지금 맞는 자리에서 다시 준비해 보세요.
스스로에게 묻기
내가 바라는 자리와 지금의 준비 사이에 차이가 있지는 않나요?

구사九四

아래에서 네 번째 효

歸妹愆期,遲歸有時。

귀매건기 지귀유시

누이를 시집보내는 기약을 넘기니, 늦게 시집감에 때가 있다.

위 괘의 맨 아래 양효로, 아래에 응하는 짝이 없습니다. 혼인할 시기를 넘겼지만 서두르지 않고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이는 짝을 고르지 못해서라기보다 함부로 자신을 맡기지 않으려는 신중함으로 볼 수 있습니다. 늦더라도 맞는 때가 오기를 기다리면 바른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남들보다 늦다고 조급해하지 말고 자신만의 때를 기다리라는 뜻입니다.

지금 살펴볼 태도
남들의 속도와 비교하지 말고, 나에게 맞는 때와 관계를 차분히 기다려 보세요.
스스로에게 묻기
남보다 늦었다는 생각 때문에 서두르고 있는 선택이 있나요?

육오六五

아래에서 다섯 번째 효

帝乙歸妹,其君之袂,不如其娣之袂良,月幾望,吉。

제을귀매 기군지몌 불여기제지몌량 월기망 길

제을이 누이를 시집보내니, 정실 부인의 옷소매가 따라간 동생의 옷소매만큼 곱지 않다. 달이 거의 보름이니 길하다.

위 괘 가운데의 음효로, 높은 신분이면서도 부드럽고 겸손한 덕을 지닌 자리입니다. 옛 임금 제을이 누이를 시집보낼 때, 정실이 된 누이가 따라간 동생보다 오히려 수수한 옷을 입었다고 합니다.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꾸밈보다 덕을 앞세운다는 뜻입니다. 달이 보름에 거의 찼지만 다 차지는 않은 것처럼, 가득 채우지 않고 조금 비워 둘 때 오히려 길합니다. 겸손이 관계를 오래 지키는 힘이 됩니다.

지금 살펴볼 태도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겉치레를 줄이고, 조금 비워 두는 겸손을 지니세요.
스스로에게 묻기
나를 드러내려는 꾸밈이 관계를 오히려 가리고 있지는 않나요?

상육上六

아래에서 여섯 번째 효

女承筐无實,士刲羊无血,无攸利。

여승광무실 사규양무혈 무유리

여자는 광주리를 받들되 담긴 것이 없고, 남자는 양을 찌르되 피가 없으니, 이로운 바가 없다.

괘의 맨 위 음효로, 아래에 응하는 짝도 없이 관계가 끝에 다다른 자리입니다. 혼인 제사에서 여자는 제물을 담은 광주리를, 남자는 희생으로 바칠 양을 준비하는데, 광주리는 비어 있고 양에서는 피가 나오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의식을 치르지만 속에 정성과 실질이 없는 모습입니다. 형식만 남은 관계는 이로울 것이 없습니다. 관계를 지키는 것은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과 실천이라는 경고입니다.

지금 살펴볼 태도
형식적인 약속이나 의례만 남은 관계가 있다면, 그 안에 진심을 다시 채울 수 있는지 살펴보세요.
스스로에게 묻기
겉으로는 유지하지만 속은 비어 버린 관계나 약속이 있나요?

앞뒤 괘와 이어 읽기

서괘전 序卦傳

進必有所歸,故受之以歸妹。

나아가면 반드시 돌아가 깃들 곳이 있으므로 귀매괘로 이어받았다.

현대적 연결 · 편집 해석

앞의 점괘(53)는 혼인의 예를 차례대로 갖추며 천천히 나아가는 모습이었습니다. 귀매괘는 그 나아감이 머물 곳에 이른 장면이지만, 순서보다 마음이 앞서면 관계가 흔들린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제자리를 찾아 깃든 뒤에는 크게 번성하는 때가 오니, 뒤의 풍괘(55)로 이어집니다.

이야기로 이어 읽기

『대학』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길잡이로 삼은 이 앱의 편집 관점입니다.

해석과 판본의 차이

육삼의 ‘須’는 ‘기다리다’로 읽는 견해와 언니나 낮은 신분의 여성을 가리키는 ‘嬃’로 읽는 견해가 있습니다. 육오의 ‘帝乙’은 은나라 임금으로 태괘 육오에도 나오며, 실제 역사 사건을 가리키는지는 의견이 갈립니다.

출처와 검토 상태

  • 『주역』 경문(괘사·효사) — 통행본(왕필본·『주역전의』 계열) 원문. 저작권 보호 기간이 지난 공유 저작물입니다.
  • 『주역』 상전(대상전) — 각 괘의 ‘象曰’ 구절 가운데 괘 전체의 상을 풀이한 대상(大象). 공유 저작물입니다.
  • 『주역』 서괘전 — 64괘가 이어지는 차례를 설명한 역전(易傳). 공유 저작물입니다.
  • 주역의 원 편집부 번역·풀이 — 한국어 독음·번역·쉬운 풀이·질문·이야기 연결은 이 앱을 위해 새로 작성한 글입니다. 생성 도구의 도움을 받은 초안이며, 공개 출시 전에 원문 대조와 한국어 교열을 거쳐야 합니다.

검토 전 초안입니다. 원문 대조와 한국어 교열을 거쳐 다듬어질 예정이에요. 콘텐츠 버전 2026.11.07-draft.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