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번 · 점괘

풍산점

風山漸

기러기가 물가에서 하늘로 한 단계씩 오르듯, 차례를 밟아 천천히 나아가는 괘입니다.

  • 차례
  • 점진
  • 기러기
  • 혼인의 예
  • 꾸준함
원판에서 보기

괘의 구성과 이름

풍산점: 위 손괘의 바람(風) + 아래 간괘의 산(山) + 점

64괘의 정식 이름은 위 괘의 자연 + 아래 괘의 자연 + 괘 이름으로 지어요. 8괘의 자연 상징을 훈음(예: 하늘 천 天)으로 읽고, 그 음을 이름에 넣습니다. 위아래가 같은 괘면 ‘거듭 중(重)’을 붙여요.

괘사卦辭 · 괘 전체에 붙은 말

원문

漸:女歸吉,利貞。

독음

점 여귀길 이정

번역

점은 여자가 시집감에 길하니, 곧고 바름이 이롭다.

대상전大象傳 · 괘의 모습에서 배우기

원문

山上有木,漸;君子以居賢德善俗。

독음

산상유목 점 군자이거현덕선속

번역

산 위에 나무가 있는 것이 점이다. 군자는 이를 본받아 어진 덕에 머물며 풍속을 좋게 한다.

아래는 산(간), 위는 나무와 바람(손)입니다. 산 위의 나무는 하루아침에 크지 않고, 해마다 조금씩 자라 마침내 높은 숲을 이룹니다. 군자가 어진 덕에 머물며 풍속을 좋게 한다는 것은, 자신의 덕을 천천히 쌓고 그것이 주변에 스며들어 공동체의 분위기가 서서히 나아지게 한다는 뜻입니다.

쉬운 풀이

점(漸)은 ‘차츰차츰 나아감’입니다. 괘사는 이를 여자가 시집가는 일에 빗댑니다. 옛날 혼인은 중매와 예물, 날짜 정하기 같은 여러 절차를 차례대로 거쳐야 했고, 그렇게 서두르지 않고 예를 갖출 때 좋은 관계가 시작된다고 보았습니다. 여섯 효는 모두 기러기가 날아오르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물가에서 시작해 너럭바위, 뭍, 나무, 언덕을 거쳐 높은 곳에 이르는 과정입니다. 기러기는 철 따라 질서 있게 오가고 줄을 지어 날기에 차례와 신의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점괘가 말하는 나아감은 빠른 성공이 아니라 바른 순서를 밟는 성장입니다. 아래의 산처럼 안으로 차분하고, 위의 바람처럼 겸손하게 스며드는 태도가 그 바탕입니다. 단계를 건너뛰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이 괘는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할 일을 충실히 하라고 말합니다.

일상에 비추어 보기

  • 새 일을 배울 때 한 번에 다 잘하려 하기보다, 이번 주에 익힐 한 가지 단계를 정해 차근차근 쌓아 보세요.
  • 새로운 관계를 맺을 때도 서두르기보다 서로를 알아 가는 시간을 충분히 두면 신뢰가 깊어집니다.

오늘의 질문

지금 건너뛰고 싶은 단계가 있다면, 그 단계가 나에게 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여섯 효아래(초효)에서 위(상효)로

초육初六

아래에서 첫 번째 효

鴻漸于干,小子厲,有言,无咎。

홍점우간 소자려 유언 무구

기러기가 물가로 나아간다. 어린 사람은 위태롭고 말이 있으나 허물은 없다.

맨 아래 음효로, 기러기가 막 물가에 내려앉은 첫 단계입니다. 아직 힘이 약하고 위에서 받쳐 줄 짝도 없어, 경험 없는 젊은이처럼 위태로워 보입니다. 주변에서 이러쿵저러쿵 말도 나옵니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낮은 곳에서 차례를 지키며 시작했기에 허물이 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서툴고 불안한 것이 자연스러우며, 말이 들려와도 차근차근 가면 된다는 뜻입니다.

지금 살펴볼 태도
처음이라 서툴러 보여도 괜찮습니다. 주변의 말에 흔들리기보다 첫 단계를 성실히 밟으세요.
스스로에게 묻기
처음이라 불안한 일에서 다른 사람의 평가에 지나치게 흔들리고 있지는 않나요?

육이六二

아래에서 두 번째 효

鴻漸于磐,飮食衎衎,吉。

홍점우반 음식간간 길

기러기가 너럭바위로 나아가니, 먹고 마심이 즐겁고 화락하여 길하다.

아래 괘 가운데의 음효로, 자리가 바르고 위의 구오와 서로 응합니다. 기러기가 물가를 지나 넓고 평평한 바위에 이르러 편안하게 먹고 마시는 모습입니다. 안정된 자리에서 누리는 즐거움이지만, 그저 배부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화락함이 있습니다. 차례대로 나아간 끝에 얻은 안정이기에 떳떳합니다. 쉬어야 할 때 잘 쉬는 것도 나아감의 한 부분입니다.

지금 살펴볼 태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면 그 안정을 감사히 누리고 함께하는 사람들과 나누세요.
스스로에게 묻기
지금 누리는 안정을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있나요?

구삼九三

아래에서 세 번째 효

鴻漸于陸,夫征不復,婦孕不育,凶;利禦寇。

홍점우륙 부정불복 부잉불육 흉 이어구

기러기가 뭍으로 나아간다. 지아비는 떠나서 돌아오지 않고 지어미는 아이를 배어도 기르지 못하니 흉하다. 도적을 막는 데는 이롭다.

아래 괘 맨 위의 양효로, 물새인 기러기가 물을 떠나 마른 뭍에 오른 모습입니다. 맞지 않는 곳으로 너무 나아간 것입니다. 남편은 떠나 돌아오지 않고 아내는 아이를 제대로 기르지 못한다는 것은, 차례를 무시하고 앞서 나갈 때 관계와 결실이 함께 무너진다는 경고입니다. 다만 강한 힘을 남을 치는 데 쓰지 않고 지키는 데 쓰면 이롭습니다. 나아가기보다 지킬 때입니다.

지금 살펴볼 태도
욕심에 이끌려 지나치게 앞서가고 있다면, 그 힘을 지켜야 할 것을 보호하는 데 써 보세요.
스스로에게 묻기
앞서 나가려는 마음 때문에 지켜야 할 관계를 소홀히 하고 있지는 않나요?

육사六四

아래에서 네 번째 효

鴻漸于木,或得其桷,无咎。

홍점우목 혹득기각 무구

기러기가 나무로 나아가니, 혹 평평한 가지를 얻으면 허물이 없다.

위 괘의 맨 아래 음효로, 기러기가 나무에 오른 모습입니다. 기러기는 발에 물갈퀴가 있어 나뭇가지를 움켜잡기 어렵습니다. 낯설고 불안한 자리에 놓인 셈입니다. 그러나 서까래처럼 넓고 평평한 가지를 찾으면 편히 머물 수 있습니다. 음이 음의 자리에 있어 부드럽고 겸손하게 처신하기에, 어울리지 않는 환경에서도 자기에게 맞는 자리를 찾아 허물을 면합니다.

지금 살펴볼 태도
낯선 환경에 놓였다면 무리하게 버티기보다 내가 설 수 있는 평평한 자리를 찾아보세요.
스스로에게 묻기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서 내가 편히 설 수 있는 작은 발판은 어디인가요?

구오九五

아래에서 다섯 번째 효

鴻漸于陵,婦三歲不孕,終莫之勝,吉。

홍점우릉 부삼세불잉 종막지승 길

기러기가 언덕으로 나아간다. 지어미가 세 해 동안 아이를 배지 못하나, 끝내 아무것도 그를 이기지 못하니 길하다.

위 괘 가운데의 양효로, 높은 언덕에 오른 기러기입니다. 아래의 육이와 바르게 응하는 짝이지만, 사이에 구삼과 육사가 가로막아 오랫동안 만나지 못합니다. 세 해 동안 아이를 갖지 못한다는 것은 바른 관계가 결실을 맺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바른 것은 끝내 꺾이지 않고 마침내 이루어집니다. 방해가 있어도 바른 관계를 지키며 기다리는 인내가 담겨 있습니다.

지금 살펴볼 태도
바른 관계와 목표라면 결실이 늦어도 조급해하지 말고 믿음을 지켜 가세요.
스스로에게 묻기
결실이 더디게 오는 일 앞에서 나는 얼마나 기다릴 수 있나요?

상구上九

아래에서 여섯 번째 효

鴻漸于陸,其羽可用爲儀,吉。

홍점우륙 기우가용위의 길

기러기가 뭍으로 나아가니, 그 깃을 의식의 장식으로 쓸 만하여 길하다.

괘의 맨 위 양효로, 기러기가 가장 높은 곳에 이른 모습입니다. 구삼과 같은 ‘뭍’이라는 글자가 쓰였지만, 여기서는 하늘 높이 날아 세상일에 얽매이지 않는 경지로 풀이하곤 합니다. 그 깃털은 의식을 꾸미는 장식으로 쓰일 만큼 아름답습니다. 높은 자리에서 직접 다스리지 않아도 그 모습 자체가 다른 사람에게 본보기가 된다는 뜻입니다. 차례를 다 밟은 삶은 그 자체로 기준이 됩니다.

지금 살펴볼 태도
자리를 내려놓은 뒤에도 내가 걸어온 길이 다른 사람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도록 살아가세요.
스스로에게 묻기
내가 걸어온 길 가운데 다른 사람에게 본보기로 남기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앞뒤 괘와 이어 읽기

서괘전 序卦傳

物不可以終止,故受之以漸。漸者,進也。

사물은 끝까지 그쳐 있을 수만은 없으므로 점괘로 이어받았다. 점은 나아감이다.

현대적 연결 · 편집 해석

앞의 간괘(52)에서 산처럼 멈추어 자신을 가다듬었다면, 이제는 다시 움직일 차례입니다. 그러나 멈춤 뒤의 움직임은 서두름이 아니라 한 단계씩 밟는 나아감입니다. 그렇게 나아가면 결국 머물 곳에 이르게 되니, 뒤의 귀매괘(54)가 시집가 깃드는 일을 다룹니다.

이야기로 이어 읽기

『대학』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길잡이로 삼은 이 앱의 편집 관점입니다.

해석과 판본의 차이

상구의 ‘陸’은 구삼과 글자가 겹쳐, 호원·정이·주희 등은 운율로 보아 ‘逵(구름 길)’의 잘못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원문은 통행본대로 두고 풀이에서 그 뜻을 참고했습니다.

출처와 검토 상태

  • 『주역』 경문(괘사·효사) — 통행본(왕필본·『주역전의』 계열) 원문. 저작권 보호 기간이 지난 공유 저작물입니다.
  • 『주역』 상전(대상전) — 각 괘의 ‘象曰’ 구절 가운데 괘 전체의 상을 풀이한 대상(大象). 공유 저작물입니다.
  • 『주역』 서괘전 — 64괘가 이어지는 차례를 설명한 역전(易傳). 공유 저작물입니다.
  • 주역의 원 편집부 번역·풀이 — 한국어 독음·번역·쉬운 풀이·질문·이야기 연결은 이 앱을 위해 새로 작성한 글입니다. 생성 도구의 도움을 받은 초안이며, 공개 출시 전에 원문 대조와 한국어 교열을 거쳐야 합니다.

검토 전 초안입니다. 원문 대조와 한국어 교열을 거쳐 다듬어질 예정이에요. 콘텐츠 버전 2026.11.07-draft.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