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 · 비괘

수지비

水地比

땅 위에 물이 스며 하나가 되듯, 믿음을 바탕으로 서로 가까이하며 함께하는 길을 다루는 괘

  • 가까이함
  • 연대
  • 믿음
  • 중심
  • 때맞춤
원판에서 보기

괘의 구성과 이름

수지비: 위 감괘의 물(水) + 아래 곤괘의 땅(地) + 비

64괘의 정식 이름은 위 괘의 자연 + 아래 괘의 자연 + 괘 이름으로 지어요. 8괘의 자연 상징을 훈음(예: 하늘 천 天)으로 읽고, 그 음을 이름에 넣습니다. 위아래가 같은 괘면 ‘거듭 중(重)’을 붙여요.

괘사卦辭 · 괘 전체에 붙은 말

원문

比:吉。原筮元永貞,无咎。不寧方來,後夫凶。

독음

비 길 원서원영정 무구 불녕방래 후부흉

번역

비는 길하다. 근원을 살펴 점치되 크고 오래도록 곧으면 허물이 없다. 편안하지 못한 이들이 바야흐로 찾아오니, 뒤늦게 오는 자는 흉하다.

대상전大象傳 · 괘의 모습에서 배우기

원문

地上有水,比。先王以建萬國,親諸侯。

독음

지상유수 비 선왕이건만국 친제후

번역

땅 위에 물이 있는 것이 비이다. 선왕은 이를 본받아 여러 나라를 세우고 제후들과 친하게 지냈다.

위는 물(감), 아래는 땅(곤)입니다. 땅 위에 물이 고루 퍼져 스며들고, 땅은 그 물을 받아들여 둘 사이에 틈이 없습니다. 서로 밀착해 하나가 되는 모습입니다. 옛 임금은 이 모습을 보고 여러 나라를 세우되 그 지도자들과 가깝게 지내며 관계를 맺었습니다. 넓은 공동체도 결국 가까운 신뢰의 관계들로 이어져 있다는 뜻입니다.

쉬운 풀이

비괘는 서로 가까이하고 돕는 일을 다룹니다. 다섯 음효가 위 괘 가운데의 양효 하나, 곧 구오를 중심으로 모여드는 모습입니다. 앞의 사괘가 목적을 위해 무리를 모았다면, 비괘는 믿음으로 사람들이 스스로 모여드는 장면입니다. 괘사는 가까이하는 데에도 원칙이 있다고 말합니다. 먼저 근원을 살펴, 내가 따르려는 사람이나 내가 이끄는 방향이 바르고 오래갈 만한지 따져 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함께할 때를 놓치고 뒤늦게 오는 사람은 어려워진다고 경고합니다. 여섯 효에는 진심으로 다가가는 사람, 안에서부터 마음을 주는 사람, 바르지 않은 상대와 가까워지는 사람, 바깥으로 손을 내미는 사람, 오는 이를 막지 않고 가는 이를 붙잡지 않는 중심, 끝내 함께하지 못한 사람이 나옵니다. 좋은 관계는 억지로 붙잡는 것이 아니라 믿음과 때를 함께 살피는 데서 자랍니다.

일상에 비추어 보기

  • 새 모임에 들어가기 전에, 그 모임이 나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지 먼저 살펴보세요.
  •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친구가 있다면, 상대가 먼저 손을 내밀기를 기다리기보다 제때 연락해 보세요.
  • 사람을 모으는 역할이라면, 오는 사람을 반기되 떠나는 사람을 억지로 붙잡지 않는 여유를 가져 보세요.

오늘의 질문

내가 가까이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무엇을 바탕으로 이어지고 있나요?

여섯 효아래(초효)에서 위(상효)로

초육初六

아래에서 첫 번째 효

有孚比之,无咎。有孚盈缶,終來有他吉。

유부비지 무구 유부영부 종래유타길

믿음을 가지고 가까이하면 허물이 없다. 믿음이 질그릇에 가득 차면, 마침내 뜻밖의 다른 길함이 온다.

괘의 맨 아래, 관계가 처음 시작되는 자리의 음효입니다. 가까이하는 첫걸음은 진실한 마음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질그릇은 꾸밈없는 소박한 그릇입니다. 화려한 말이나 선물이 아니라 소박하지만 가득 찬 진심으로 다가가면, 처음에는 별것 아닌 듯해도 결국 생각지 못한 좋은 일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관계의 시작에서는 무엇을 주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다가가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지금 살펴볼 태도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때, 잘 보이려 꾸미기보다 소박한 진심을 먼저 건네 봅니다.
스스로에게 묻기
내가 다가가는 방식에는 꾸밈과 진심 중 무엇이 더 많이 담겨 있나요?

육이六二

아래에서 두 번째 효

比之自內,貞吉。

비지자내 정길

안에서부터 가까이하니, 곧으면 길하다.

아래 괘의 가운데에 음효가 바르게 있으며, 위의 구오와 서로 응합니다. 바깥에서 이익을 따라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 안쪽에서 우러나온 신뢰로 가까이합니다.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중심과 이어져 있으니 바르고 길하다고 합니다. 남에게 잘 보이려고 자신을 잃는 관계가 아니라, 나다움을 지키면서도 깊이 연결되는 관계의 모습입니다.

지금 살펴볼 태도
관계를 위해 나를 꾸며 내기보다, 내 자리와 마음을 지키며 진실하게 연결되어 봅니다.
스스로에게 묻기
나를 잃지 않으면서도 깊이 이어져 있다고 느끼는 관계가 있나요?

육삼六三

아래에서 세 번째 효

比之匪人。

비지비인

가까이하는 이가 바른 사람이 아니다.

아래 괘의 맨 위에 음효가 바르지 않은 자리에 있고, 위아래 이웃도 모두 음효라 기댈 만한 중심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까이해서는 안 될 사람과 어울리게 됩니다. 효사에는 길흉이 적혀 있지 않지만, 「상전」은 이것이 마음 아픈 일이 아니겠느냐고 덧붙입니다. 누구와 가까이 지내느냐는 생각과 습관에 큰 영향을 줍니다. 외로움 때문에 아무에게나 기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합니다.

지금 살펴볼 태도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이 나를 더 나은 쪽으로 이끄는지 조용히 살펴봅니다.
스스로에게 묻기
외로움이나 편리함 때문에 이어 가고 있는 관계는 없나요?

육사六四

아래에서 네 번째 효

外比之,貞吉。

외비지 정길

밖으로 가까이하니, 곧으면 길하다.

위 괘의 첫 자리에 음효가 바르게 있습니다. 아래의 초육과는 응하지 않지만, 바로 위의 구오와 이웃해 있어 바깥으로 손을 내밀어 바른 중심과 가까워집니다. 익숙한 안쪽 관계에만 머무르지 않고 더 넓은 곳의 어질고 바른 사람에게 다가가는 모습입니다. 그 대상이 바르기에 길하다고 합니다. 좋은 사람을 알아보고 먼저 다가가는 것도 관계를 가꾸는 중요한 능력입니다.

지금 살펴볼 태도
익숙한 무리 밖에서도 배울 만한 사람을 찾아 먼저 다가가 봅니다.
스스로에게 묻기
내 울타리 밖에서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구오九五

아래에서 다섯 번째 효

顯比,王用三驅,失前禽,邑人不誡,吉。

현비 왕용삼구 실전금 읍인불계 길

드러나게 가까이하니, 왕이 세 방향으로만 몰이하여 앞으로 달아나는 짐승은 놓아 주고, 고을 사람들도 경계하지 않으니 길하다.

괘의 유일한 양효이자 가장 높고 바른 자리로, 모두가 가까이하려는 중심입니다. 옛 임금은 사냥할 때 한쪽을 열어 두고 세 방향에서만 몰아, 앞으로 도망가는 짐승은 쫓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는 사람은 반기되 떠나는 사람을 억지로 붙잡지 않는 너그러운 태도입니다. 그래서 백성들도 두려워하거나 경계하지 않습니다. 사람을 모으는 힘은 강요가 아니라 공정하고 열린 태도에서 나온다는 뜻입니다.

지금 살펴볼 태도
함께하자고 권하되, 떠나려는 사람의 선택도 존중하는 여유를 가져 봅니다.
스스로에게 묻기
나는 사람을 붙잡으려 애쓰는 편인가요, 스스로 머물고 싶게 만드는 편인가요?

상육上六

아래에서 여섯 번째 효

比之无首,凶。

비지무수 흉

가까이하려 하나 머리가 없으니, 흉하다.

괘의 맨 꼭대기, 중심인 구오를 지나쳐 버린 음효입니다. 모두가 모일 때를 놓치고 뒤늦게 함께하려 하지만, 이미 기댈 시작점도 이끌어 줄 중심도 없습니다. 괘사의 ‘뒤늦게 오는 자는 흉하다’가 바로 이 자리를 가리킨다고 봅니다. 여기서 ‘흉’은 관계를 맺을 때를 계속 미루거나 고집을 부리면 결국 홀로 남게 된다는 경고입니다. 마음을 열 때를 놓치지 말라는 뜻입니다.

지금 살펴볼 태도
망설이며 미뤄 둔 화해나 연락이 있다면, 더 늦기 전에 먼저 다가가 봅니다.
스스로에게 묻기
때를 놓치기 전에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할 관계가 있나요?

앞뒤 괘와 이어 읽기

서괘전 序卦傳

衆必有所比,故受之以比。比者,比也。

무리에는 반드시 서로 친한 바가 있으므로 비괘로 받았다. 비는 친함이다.

현대적 연결 · 편집 해석

서괘전은 사람이 많이 모이면 반드시 서로 가까이하고 의지하게 된다는 점에서 사 다음에 비를 둡니다. 현대적으로 읽으면, 앞의 사괘가 목적을 위해 모인 조직이라면 비괘는 그 안에서 생겨나는 신뢰와 유대입니다. 다음의 소축괘는 그렇게 가까워진 관계 속에서 힘을 조금씩 모으고 쌓는 일을 다룹니다.

이야기로 이어 읽기

『대학』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길잡이로 삼은 이 앱의 편집 관점입니다.

해석과 판본의 차이

괘사의 ‘原筮’를 주희는 ‘다시 점쳐 스스로 살핀다’로, 정이는 ‘근원을 미루어 헤아린다’로 풀이합니다. ‘後夫’는 ‘뒤늦게 오는 사람’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상육의 ‘无首’는 ‘시작이 없다’로도, ‘이끌 우두머리가 없다’로도 읽힙니다.

출처와 검토 상태

  • 『주역』 경문(괘사·효사) — 통행본(왕필본·『주역전의』 계열) 원문. 저작권 보호 기간이 지난 공유 저작물입니다.
  • 『주역』 상전(대상전) — 각 괘의 ‘象曰’ 구절 가운데 괘 전체의 상을 풀이한 대상(大象). 공유 저작물입니다.
  • 『주역』 서괘전 — 64괘가 이어지는 차례를 설명한 역전(易傳). 공유 저작물입니다.
  • 주역의 원 편집부 번역·풀이 — 한국어 독음·번역·쉬운 풀이·질문·이야기 연결은 이 앱을 위해 새로 작성한 글입니다. 생성 도구의 도움을 받은 초안이며, 공개 출시 전에 원문 대조와 한국어 교열을 거쳐야 합니다.

검토 전 초안입니다. 원문 대조와 한국어 교열을 거쳐 다듬어질 예정이에요. 콘텐츠 버전 2026.11.07-draft.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