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비
天地否하늘과 땅이 서로 등을 돌려 막힌 때, 휩쓸리지 않고 자신을 지키며 풀릴 때를 준비합니다.
- 막힘
- 불통
- 인내
- 절제
- 전환
괘의 구성과 이름
천지비: 위 건괘의 하늘(天) + 아래 곤괘의 땅(地) + 비
64괘의 정식 이름은 위 괘의 자연 + 아래 괘의 자연 + 괘 이름으로 지어요. 8괘의 자연 상징을 훈음(예: 하늘 천 天)으로 읽고, 그 음을 이름에 넣습니다. 위아래가 같은 괘면 ‘거듭 중(重)’을 붙여요.
괘사卦辭 · 괘 전체에 붙은 말
否之匪人,不利君子貞,大往小來。
독음비지비인 불리군자정 대왕소래
번역비는 사람의 도리가 통하지 않는 때이니, 군자가 바름을 지키기에 이롭지 않다. 큰 것이 가고 작은 것이 온다.
대상전大象傳 · 괘의 모습에서 배우기
天地不交,否;君子以儉德辟難,不可榮以祿。
독음천지불교 비 군자이검덕피난 불가영이록
번역하늘과 땅이 서로 사귀지 않는 것이 비이다. 군자는 이를 보고 덕을 검소하게 거두어 어려움을 피하며, 녹봉으로 영화를 누리려 해서는 안 된다.
위에 하늘(건), 아래에 땅(곤)이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제자리 같지만, 하늘은 위로만 오르고 땅은 아래로만 가라앉아 둘이 만나지 못합니다. 서로 등을 돌린 채 멀어지는 장면입니다. 이렇게 소통이 막힌 때에는 능력을 과시하거나 이익과 지위를 좇기보다, 몸가짐을 검소히 하고 스스로를 지키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쉬운 풀이
비(否)는 막혀서 통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바로 앞의 태괘를 뒤집은 모습입니다. 하늘은 위로만, 땅은 아래로만 향하니 둘이 만날 길이 없습니다. 위에 있는 사람은 아래를 돌보지 않고, 아래의 목소리는 위로 닿지 않는 상태입니다. 괘사는 이런 때를 ‘큰 것이 가고 작은 것이 온다’고 하여, 넓고 바른 것이 물러나고 좁고 사사로운 것이 힘을 얻는 상황을 그립니다. 그러나 비괘가 절망만 말하지는 않습니다. 대상전은 덕을 드러내지 말고 검소하게 지내며 어려움을 피하라고 합니다. 효사도 아래에서는 참고 견디다가, 위로 갈수록 막힘을 멈추게 하고(구오) 뒤엎어(상구) 마침내 기쁨이 온다고 말합니다. 막힌 때는 영원하지 않으니, 휩쓸리지 않고 자신을 지키며 전환점을 준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일상에 비추어 보기
- 조직에서 의견이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 시기라면, 무리하게 다투기보다 기록을 남기고 실력을 다지며 때를 기다려 보세요.
- 대화가 막힌 관계에서는 이익이나 체면을 내세우지 말고, 작더라도 진심이 오갈 수 있는 통로를 하나씩 찾아보세요.
오늘의 질문
지금 막혀 있다고 느끼는 곳에서, 휩쓸리지 않고 지켜야 할 나의 원칙은 무엇인가요?
여섯 효아래(초효)에서 위(상효)로
초육初六
아래에서 첫 번째 효
拔茅茹,以其彙,貞吉亨。
발모여 이기휘 정길형
띠풀을 뽑으면 뿌리가 얽혀 함께 뽑히니, 같은 무리와 함께 바름을 지키면 길하고 형통하다.
태괘 초구와 거의 같은 말로 시작하지만 끝이 다릅니다. 태괘에서는 ‘나아가면 길하다’고 했는데, 비괘의 초육은 ‘바름을 지키면 길하다’고 합니다. 막힌 때의 맨 아래에 있는 음효는 아직 힘이 약합니다. 그래서 무리하게 나서기보다 뜻이 같은 사람들과 함께 바른 자리를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버티며 지킨 것이 나중에 막힘이 풀릴 때 형통함의 뿌리가 됩니다.
- 지금 살펴볼 태도
- 상황이 막혀 있을 때는 앞으로 나서기보다 동료들과 함께 기본을 지키는 데 힘을 모아 보세요.
- 스스로에게 묻기
- 어려운 시기에 함께 버티며 바른 길을 지킬 동료가 곁에 있나요?
육이六二
아래에서 두 번째 효
包承,小人吉,大人否亨。
포승 소인길 대인비형
윗사람을 감싸 받들어 따르니 소인에게는 길하나, 대인은 막힘을 견뎌야 형통하다.
둘째 음효는 하괘 가운데에서 위의 구오와 호응하며, 윗사람의 뜻을 감싸 안고 받드는 모습입니다. 막힌 시대에 권력에 순응하면 당장은 이익을 얻을 수 있으니, 원문은 그것이 소인에게는 길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대인은 다릅니다. 바르지 않은 흐름에 영합하지 않고 차라리 막힘을 견디는 쪽을 택할 때 오히려 형통하다고 합니다. 당장의 편안함과 길게 보는 바름 사이에서 무엇을 택할지 묻는 효입니다.
- 지금 살펴볼 태도
- 눈앞의 이익을 위해 옳지 않은 흐름에 맞춰 주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세요.
- 스스로에게 묻기
- 당장 편해지는 길과 오래 떳떳한 길이 다를 때, 나는 무엇을 기준으로 고르나요?
육삼六三
아래에서 세 번째 효
包羞。
포수
부끄러움을 품는다.
셋째 음효는 음이 양의 자리에 있어 바르지 않고, 하괘의 끝에서 위로 다가가려 합니다. 바르지 않은 방법으로 자리를 얻으려 하니 속으로는 부끄러움을 품게 됩니다. 원문은 단 두 글자로 이 상태를 짚습니다. 길흉을 말하지 않은 것은 그 부끄러움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부끄러움을 외면하면 더 깊이 빠지고, 정직하게 마주하면 방향을 바꿀 실마리가 됩니다.
- 지금 살펴볼 태도
- 마음 한쪽에 남은 부끄러움을 덮어 두지 말고, 무엇이 그 감정을 불렀는지 정직하게 살펴보세요.
- 스스로에게 묻기
- 요즘 남에게 말하기 어려운 부끄러움을 느낀 일이 있다면, 그것은 나에게 무엇을 알려 주고 있나요?
구사九四
아래에서 네 번째 효
有命无咎,疇離祉。
유명무구 주리지
명이 있으니 허물이 없고, 무리가 함께 복을 누린다.
넷째 양효는 상괘로 넘어온 첫 자리로, 막힘이 절반을 지나 풀리기 시작하는 시점입니다. ‘명이 있다’는 것은 때와 사명을 얻었다는 뜻입니다. 막힘을 풀려고 나설 때 그것이 자기 욕심이 아니라 정당한 부름에 따른 것이라면 허물이 없습니다. 그러면 뜻을 같이하는 무리도 함께 복을 누리게 됩니다. 변화를 이끌 때는 그 정당성과 함께하는 사람들을 같이 생각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 지금 살펴볼 태도
- 변화를 시작하려 할 때 그것이 개인의 욕심인지 함께 필요로 하는 일인지 먼저 살펴보세요.
- 스스로에게 묻기
- 내가 나서려는 일에 함께할 사람들도 그 필요를 느끼고 있나요?
구오九五
아래에서 다섯 번째 효
休否,大人吉。其亡其亡,繫于苞桑。
휴비 대인길 기망기망 계우포상
막힘을 그치게 하니 대인에게 길하다. ‘망할까, 망할까’ 하고 경계하여 무성한 뽕나무 떨기에 매어 두듯 단단히 한다.
다섯째 양효는 가장 높은 가운데 자리로, 막힌 시대를 멈추게 할 힘을 가진 대인입니다. 그러나 막힘이 그쳤다고 안심하지 않습니다. ‘망할까, 망할까’ 하고 늘 스스로 경계하며, 뿌리 깊은 뽕나무 떨기에 단단히 묶어 두듯 기반을 다집니다. 위기를 넘긴 직후가 오히려 가장 조심해야 할 때라는 뜻입니다. 경계하는 마음이 있어야 되찾은 안정을 오래 지킬 수 있습니다.
- 지금 살펴볼 태도
- 어려움을 넘긴 직후에 긴장을 완전히 풀기보다 기반을 단단히 다지는 일을 챙겨 보세요.
- 스스로에게 묻기
- 최근에 겨우 회복한 것이 있다면, 그것을 다시 잃지 않도록 어떤 뿌리를 내리고 있나요?
상구上九
아래에서 여섯 번째 효
傾否,先否後喜。
경비 선비후희
막힘을 뒤엎으니, 처음에는 막혔으나 나중에는 기쁘다.
맨 위의 양효에서 막힘은 끝에 이르러 마침내 뒤집힙니다. 무엇이든 극에 이르면 바뀌듯, 막힘도 끝까지 가면 무너집니다. 원문은 ‘처음에는 막혔으나 나중에는 기쁘다’고 합니다. 다만 ‘뒤엎는다’는 말에는 그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막힘을 적극적으로 걷어 내는 힘이 담겨 있습니다. 긴 막힘을 견뎌 온 사람이 마지막에 용기 있게 움직일 때 기쁨이 찾아온다는 뜻입니다.
- 지금 살펴볼 태도
- 오래 막혀 있던 일이라면 이제 기다림을 끝내고 걷어 낼 때가 되었는지 살펴보세요.
- 스스로에게 묻기
- 오랫동안 막혀 있던 일에서, 이제는 내가 직접 움직여야 할 순간이 왔다고 느끼나요?
앞뒤 괘와 이어 읽기
物不可以終通,故受之以否。
만물은 끝까지 통할 수만은 없으므로 비괘로 받았다.
태괘(11)의 평안과 소통은 영원하지 않아, 비괘에서 하늘과 땅이 다시 등을 돌립니다. 그러나 막힘 역시 끝이 있습니다. 뒤의 동인괘(13)는 막힌 시대를 넘어서기 위해 사람들이 넓은 들판에서 마음을 모으는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단절 뒤에 새로운 연대가 온다는 흐름입니다.
이야기로 이어 읽기
『대학』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길잡이로 삼은 이 앱의 편집 관점입니다.
해석과 판본의 차이
괘사의 ‘否之匪人’은 ‘막힘의 때에는 사람의 도리가 통하지 않는다’로 풀기도 하고, ‘막히게 하는 것은 사람의 도가 아니다’로 읽기도 합니다. 육이의 ‘大人否亨’도 ‘대인은 막힘을 견뎌 형통하다’와 ‘대인은 이를 거부해야 형통하다’로 해석이 갈립니다.
출처와 검토 상태
- 『주역』 경문(괘사·효사) — 통행본(왕필본·『주역전의』 계열) 원문. 저작권 보호 기간이 지난 공유 저작물입니다.
- 『주역』 상전(대상전) — 각 괘의 ‘象曰’ 구절 가운데 괘 전체의 상을 풀이한 대상(大象). 공유 저작물입니다.
- 『주역』 서괘전 — 64괘가 이어지는 차례를 설명한 역전(易傳). 공유 저작물입니다.
- 주역의 원 편집부 번역·풀이 — 한국어 독음·번역·쉬운 풀이·질문·이야기 연결은 이 앱을 위해 새로 작성한 글입니다. 생성 도구의 도움을 받은 초안이며, 공개 출시 전에 원문 대조와 한국어 교열을 거쳐야 합니다.
검토 전 초안입니다. 원문 대조와 한국어 교열을 거쳐 다듬어질 예정이에요. 콘텐츠 버전 2026.11.07-draft.1